|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의 Big Science는 1981년에 미국 뉴욕의 원 텐 레코즈(one ten records)라는 작은 레이블에서 단지 1,000장만을 한정판으로 찍어냈었다. 이는 당시 카터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되어 본격적인 보수통치 시대를 개막한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 축하를 반대하는 여러 예술가들이 벌인 퍼포먼스의 일부였을 뿐이다. 앨범은 이렇다 할 마케팅은 당연히 없었고 고작 우편 주문 판매로 사람들에게 팔려 나는 것이 전부였다. 단 천장의 앨범으로는 그 넓은 미국은 고사하고 뉴욕의 맨하탄을 커버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1982년 Big Science는 영국의 워너 브라더스사에서 출시되면서 진짜 세상으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 앨범이 당시 워너 브라더스라는 메이저 레이블에 당도하게 된 것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Big Science에서 로리는 거의 노래하지 않는다. 특히 O Superman은 반주도 단순한 전자 반복음이 전부이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에서와는 달리 당시 영국에서 일렉트로닉 미니멀리즘이 성숙하고 있었고 이런 로리의 음악은 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성질의 음악이었다. 8분이 넘는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는'O Superman은 영국 팝 차트 2위에까지 오르는 기현상을 일구어내며 이듬해인 1982년 워너 브라더스에서 9곡으로 구성된 정식 앨범 출시되기에 이른다.
기억할 것은 로리는 그보다 훨씬 이전인 79년부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이미 유나이티드 스테이츠(United States) 4부작이라는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작업의 2부작은 선보이자마자 레이건의 대통령 취임이라는 정치적 상황과 맞아 떨어졌으며, 그로 인하여 형편없는 출시이기는 하였지만 \'O Superman\'이 우편 봉투를 타고 돌고 돌아 영국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영국에서 로리 앤더슨을 반긴 사람들 가운데는 일렉트로닉 미니멀리즘의 팬들 이외에도 피터 가브리엘, 브라이언 이노와 같이 비할 데 없이 실험적이고 개척정신이 강한, 그러면서도 관대한 뮤지션들이 있었다. 그들은 물론 이후 앨범들에서 서로 도움과 영향을 주고받았고, 음악 작업 이외에 \'Self Storage(Eno, 1995)\' 와 같은 멀티미디어 작업 또한 병행했다. 그리고 워너 브라더스와의 만남은 이후 6개의 앨범(Mister Heartbreak, Home Of The Brave, Strange Angels, Bright Red, In Our Sleep, The Ugly One With The Jewels And Other Stories)을 모두 이곳에서 출시하는 인연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오 수퍼맨. 오 하나님. 오 엄마와 아빠. 엄마와 아빠\' - \'O Superman\' Big Science앨범에 실린 가사들은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다분히 신변잡기적이다. 하지만 역시나 중의적이어서, O Superman\'의 경우 빅 브라더와 그 가족으로 대변되는 미국정부를 연상시켜 불경하다고까지 평가되고 있다
. 타이틀 동명곡인 \'Big Science\'에서도 쇼핑몰, 고속도로, 운동 경기장과 같이 개인이 작아지는 공간을 등장시켜 다분히 미국적인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으며, 아트 록으로 평가되는 \'From the Air\'는 비행기 안의 안내방송을 따온 생활의 언어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Let X=X\', \'It Tango\'는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통렬한 가사와 비장한 외침의 'Sweater'는 메레데스 몽크와 오노 요코를, 독일어로 된 'Example 22\'는 치보 마토를 관통함으로써 맨하튼의 뮤즈 콤레이드를 형성하기도 한다. 사연은 저마다 달랐으나 숱한 예술학도들이 음악 산업으로 뛰어들었고 현재에도 그렇다. 그 가운데서, 로리 앤더슨의 가장 특출한 면모는 \'대중에게서나 순수 예술계에서나 모두 환영 받는 존재\'였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로리를 세상에 알려준 Big Science는 대중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성공한 앨범이었음은 물론, 음악 안에서의 여러 장르를 \'미래주의\'라는 거대 담론으로 꿰뚫으면서 예술이 사회를 반영하는 가의 여부를 둘러싼 오래된 논의에서도 명쾌한 입장을 갖도록 만들어 주었다.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고 어쩌면 가난한 예술가로 굶주리며 살아갔을지 모를 로리를 세인에 알린 것은, 그 \'저열한 자본주의\'이며, \'악독한 음악산업\'이었다. 2003/10 이진아(zina77@hotmail.com) |
고객센터
:
031-922-6788
총 0개 의 상품평이 있습니다.
